[애니멀피플] 일본 타이지 마을 정치망에 걸린 밍크고래

혼획 첫날 드론 영상에 잡힌 밍크고래. LIA 제공

‘돌고래 학살’로 유명한 일본 와카야마현 타이지 마을에서 그물에 갇힌 밍크고래의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해 12월24일 처음 목격된 이 고래는 현재까지 2주 넘게 그물 안에 갇혀있는 상태다.

일본 동물단체 ‘리아’(LIA·Life nvestigation Agency)는 6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밍크고래 혼획 13일째, 내일 죽을 지도 모릅니다’란 영상을 게시했다. 리아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인 12월25일 처음 이 채널을 통해 어린 밍크고래 한 마리가 정치망에 혼획된 모습을 공개했다.

이들은 첫 영상을 게시하며 ‘가능한 빨리 도망칠 수 있도록 수산청에 민원을 넣어달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빠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리아의 활동가 렌 야부키씨는 매일 현장을 찾아 고래의 상태를 드론으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리아는 고래보호단체 ‘돌핀프로젝트’와 협력해 타이지 마을의 무자비한 돌고래 사냥을 기록하는 활동 등을 벌여왔다.

혼획 첫날부터 기록된 12편의 영상에서 밍크고래는 날이 갈수록 쇠약해지고 있었다. 첫날, 그물 안을 쉴 새 없이 오가던 밍크고래는 13일째 영상에서는 가만히 물 위에 떠 있거나 불안한듯 그물 주변을 맴도는 행동을 보였다. 리아는 “밍크고래는 그물에 걸린 뒤 사냥을 하지 못해 굶주린 상태”라며 “지난 2주간 탈출을 위해 그물을 들이박거나 깊이 잠수하는 모습이 여러 번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 정치망(수심이 얕은 곳에 일정 기간 설치해 고기를 잡는 어구)은 타이지 마을 동쪽 앞바다에 설치된 것으로 길이 약 400m의 대형 그물이다. 그물에 걸린 밍크고래는 몸길이 약 4~5m 정도의 어린 개체로 추정되며, 혼획 첫날 3개의 구역으로 나뉜 그물 가운데 영역으로 들어온 것으로 관찰됐다.

혼획 13일째인 지난 6일 촬영된 밍크고래. 정치망의 가장 끝쪽 그물로 옮겨졌다. LIA 제공
혼획 13일째인 지난 6일 촬영된 밍크고래. 정치망의 가장 끝쪽 그물로 옮겨졌다. LIA 제공

활동가들은 현장 영상을 매일 업로드하며 일본 수산청과 와카야마현청 그리고 타이지수산협동조합에 고래의 빠른 방류를 촉구했지만, 현재까지 방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 지난 6일 고래가 맨 처음 잡혔던 중간 그물에서 맨 안쪽 그물로 옮겨지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리아는 13일째 영상의 자막에서 “맨 안쪽의 그물은 어부들이 매일 고기를 잡는 영역”이라면서 “고래를 옮긴 이상 맨 마지막 그물에서 물고기를 포획하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민들은 고래를 방류하거나 죽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밍크고래는 세계 각지 근해에 서식하는 고래로 특히 태평양 연안과 한국 동해안 등에서 발견된다. 수염고래류 중엔 가장 개체 수가 많은 종이긴 하지만 과거 포경의 주요한 대상이 되며, 현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레드리스트에 오른 멸종위기종이다.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1986년 이후 상업적인 포경을 금지했지만 혼획(어업 중 의도치 않게 수산물이 아닌 생물을 잡는 것)의 경우 예외적으로 시중 유통이 가능하다.

지난 6일 강원도 고성군에서 혼획된 밍크고래. 해양경찰이 불법포경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속초해양경찰서 제공
지난 6일 강원도 고성군에서 혼획된 밍크고래. 해양경찰이 불법포경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속초해양경찰서 제공

국내서도 마리 당 수천만원에서 억원 단위까지 거래되다 보니 어민들 사이에서는 ‘바다의 로또’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지난해 서해에서 밍크고래를 노린 불법포경이 적발됐다. 해양생물단체들은 고래고기의 시중 유통을 막아야 한다 주장한다.

타이지 마을에서 밍크고래를 방류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것이 상업적 거래의 가능성 때문이라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밍크고래의 감금이 장기화하자 국제단체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호주 본부는 “지난 2주간 밍크고래가 점점 더 불안해 하고, 탈출을 위해 깊게 다이빙 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약해지는 고래의 모습은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몸집이 큰 고래를 의도적으로 좁은 그물 안에 장기간 가둬두는 행위는 부당하며 비인도적”이라고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기사 원문 읽기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wild_animal/9778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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